요약
이 강연에서 백희성 건축가는 전통 건축에 숨겨진 조상들의 무형 유산을 탐구합니다. 그는 바보 계단, 빼먹은 탑, 있으나 마나 한 문과 같은 독특한 건축 요소를 통해 조상들이 공간에 담아낸 생각과 가치를 해석하고, 이를 현대 건축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강연의 핵심은 불편하고 낯설어 보이는 건축물에 담긴 깊은 의미를 발견하고,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창의적인 영감을 얻는 것입니다.
- 전통 건축 속 숨겨진 무형 유산 탐구
- 독특한 건축 요소를 통해 조상들의 생각과 가치 해석
- 과거의 지혜를 현대 건축에 적용한 창의적인 사례 제시
바보 계단
강연자는 범어사의 계단 사례를 통해 '바보 계단'이라는 개념을 소개합니다. 이 계단은 건물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통행을 불편하게 하고, 경사가 급해 주변 경관을 감상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은 의도된 것으로, 계단을 오르는 동안 시선을 빼앗아 오히려 정상에 도달했을 때 주변 풍경의 감동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전통 건축에서는 이처럼 시선을 뺏는 행위를 통해 공간의 감동을 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빼먹은 탑
경주 남산의 3층 석탑은 하대 기단 없이 바위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 바위는 산 전체와 연결되어 있어, 석탑이 산 전체를 탑으로 인식한 조상들의 생각을 반영한 것임을 보여줍니다. 이는 권력, 기술력, 자본력 없이도 석공들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석탑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강연자는 이러한 석탑을 단순한 유형 유산이 아닌, 무형 유산이 담긴 메시지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있으나 마나 한 문
경주 양동마을의 향단은 높은 기단 때문에 문이 있으나 실제로는 사용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는 조선 시대 성리학자들의 주기론적 사고방식을 반영한 것으로, 행랑채 지붕이 낮아져 집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지붕을 볼 수 있도록 의도된 설계입니다. 강연자는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 사례를 통해 문이 개방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한 것은 신분과 관계없이 자유로운 소통과 토론을 중시했던 조상들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SNS가 없던 시절, 조상들이 자신의 생각을 건축물에 표현한 방법입니다.
전통에 숨겨진 기억을 활용한 현대 건축
강연자는 전통 건축에 담긴 무형 유산을 현대 건축에 적용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증평의 상가 건물은 '바보 계단'의 원리를 응용하여 계단을 건물 외부에 설치, 계단을 오르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한강에 잃어버린 백사장을 되살리는 미술관 프로젝트는 전시물 없이 백사장을 조성하여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또한, 불편한 기도실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묵상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종교적 의미를 더했습니다.
무형 유산과 유형 유산의 연결
강연자는 조상들이 공간으로 표현한 생각을 무형 유산이라고 정의하고, 건축가들이 이러한 무형 유산을 통해 새로운 유형적 자산을 창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는 불편하고 부족해 보이는 건축물에서 깊은 사연을 발견하고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무형 유산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파리의 오래된 고택에 대한 영감을 얻어 소설을 쓰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경험을 공유하며, 청중들에게 주변의 낯선 것들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탐구해 볼 것을 권합니다.